아이돌 기획

영원히 지속되는 아이브의 서사 기획

햄부기딱스 2025. 2. 12. 10:47

1. 나르시시즘에 빠진 여자 아이돌, 아이브

기존 여자 아이돌의 많은 노래는 외적 아름다움과 타인의 시선에 맞춰 자신을 가꾸는 것을 주제로 삼아왔다.

자아존중감을 남성의 시선에서 얻는 듯한 메시지가 내포된 경우가 많았다.

원더걸스 - So Hot (2010) 소녀시대 - I got a boy (2013) 트와이스 - Cheer up (2016)
언제나 나를 향한 눈길들이
항상 따라오는 이 남자들이
익숙해 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왜 아직도 부담스러운지


조용히 살고 싶은데
다른 여자애들처럼
엄마는 왜 날 이렇게 낳아놔서
내 삶을 피곤하게 하는지
나 깜짝 멘붕이야
그사람은 내 민낯이 궁금하대
완전 맘에 들어
못 이긴 척 보여줘도 괜찮을까
오우 절대로 안되지
그치 그치
우리 지킬 건 지키자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 돼
그래야 네가 날 더 좋아하게 될걸
태연하게 연기할래 아무렇지 않게
내가 널 좋아하는 맘 모르게

 

위에서 언급한 노래들은 여자 아이돌 노래 역사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기간동안 히트했던 여자 아이돌들의 노래를 살펴보면 외적인 아름다움과 남성의 시선에 부응하는 자아존중감, 사랑받기 위해 아름다워야 한다는 메시지, 소녀들이 스스로 주체가 아닌 수동적인 역할로 표현되는 경향이 크게 두드러진다.

남자 아이돌이 강렬한 컨셉 및 퍼포먼스를 보일 때, 여자 아이돌들은 '여자니까' 쌩얼은 절대 사수해야한다는 노래를 불러온 것이다.

 

지금 이시대에는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
타인의 기준에 연연하지 않으며 진정한 자기애를 노래하는 여자 아이돌이 등장했다.

 

본인 스스로가 너무 예뻐서 죽겠다고 외치며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아이돌, 바로 아이브다.

Kitsch Either Way I AM
난 생겨 먹은 대로 사는 애야,
뭘 더 바래 that's my style

달콤한 말 뒤에 숨긴 너의 의도대로
따라가진 않을 거야 난 똑똑하니까
난 절대 끌리지 않는 것에 끌려가지 않아
누가 내 말투가 재수 없대 잘난 척만 한대
또 누구는 내가 너무 착하대 바보같을 정도래

오해가 만든 수많은 나와 얘기해
우리 모두 다 나야
다른 문을 열어,따라갈 필요는 없어
넌 너의 길로, 난 나의 길로

I'm on my way 넌 그냥 믿으면 돼
I'm on my way 보이는 그대로야

 

아이브는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자존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Kitsch, Either Way, I AM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가치와 기준을 지키며, '나는 이미 나로서 충분하다'는 강한 자아를 노래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외부의 평가나 사회적 기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며 기존의 여자 아이돌들과는 차별화된 브랜딩을 보여준다.


2. 현재 서사의 한계점과 확장의 필요성

겉보기에는 전형적인 사랑 노래처럼 보이는 LOVE DIVE도 잘 들어보면 'Narcissistic, my God, I love it'이라는 가사로 사랑의 주체가 타인이 아닌 자신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아이브의 그룹 서사는 명백하게 '나르시시즘' 이다.

이러한 나르시시즘 키워드는 아이브가 타 여자 아이돌들과 차별화된 위치를 점하게 한 중요한 서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데뷔 5년차에 접어든 현재, 아이브는 나르시시즘이라는 이미지를 점차 소모하고 있는 상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룹의 서사가 반복적이고 단조롭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기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서사를 확장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 서사의 다양성 부족

아이브는 꾸준히 '나르시시즘'을 강조하며 자존감과 자기애를 주제로 삼아왔다.

이는 그룹을 차별화하는 강력한 요소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사가 제한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팬들이 새로운 감동과 이야기를 기대하기에는 반복적인 주제 의식이 한계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앨범에서는 CRUSH나 ALIVE과 같은 상큼하고 귀여운 분위기의 앨범들을 통해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곡들은 스타일링과 분위기에만 치중되어 있으며, 서사 구조 측면에서 그룹의 정체성을 확장하거나 보완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결국, 서사의 일관성과 조화가 부족하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 나르시시즘 서사로 담기 어려운 곡들이 존재

아이브의 최근 정규 2집 앨범에 수록된 곡들, 특히 해야(HEYA)와 Accendio는 기존의 '나르시시즘' 서사와는 결이 다른 곡들이다.

이 곡들은 앨범 전체의 컨셉이 마치 '마법소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매우 컨셉츄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앨범 자켓,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등 시각적 요소까지 모두 특정 판타지 세계관에 몰입되어 있다.

이전에는 자기애와 자존감을 주제로 한 곡들로 그룹의 정체성을 확립해왔다면, 이 앨범은 나르시시즘 서사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곡들은 기존 서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서사 확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처럼 아이브가 장기적인 성장과 팬덤 확장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서사를 보완하고 다양한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신선함과 감동을 제공하고, 그룹의 정체성을 더욱 탄탄히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3. 하나의 스토리에 다양한 컨셉을 담을 수 있는 평행 세계 서사

명확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아이돌 그룹의 스토리는 수정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활동 중에 멤버 변화나 상황 변화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서사와 충돌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EXO는 초창기 12명의 멤버가 각각 초능력을 가진 설정으로 데뷔했다.

멤버들이 페어로 연결되어 그룹의 스토리를 구성했지만, 2명의 멤버가 회사를 떠나면서 서사를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EXO는 '미로에서 나머지 10개의 구슬은 탈출 했지만, 2개의 구슬이 갇혀버렸다'는 설정을 부여해 10인 체제의 타당성을 서사 속에서 설명했다.

EXO 2015 COMING SOON

그러나 이러한 스토리 수정은 시간이 걸리고, 서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준다.

이에 그룹의 활동년차가 쌓일 수록 초기의 스토리들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평행 세계를 활용한 세계관은 다양한 컨셉과 설정을 유연하게 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에스파(aespa)다.

에스파는 데뷔 당시 POS 너머의 가상 세계에서 존재하는 '아바타(æ)'와 연합해, 빌런인 블랙맘바와 싸우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 이후, 이러한 컨셉을 주도하던 이수만이 퇴사하자 그룹은 기존의 æ와 블랙맘바, 광야같은 세계관을 과감히 내려놓고, 새로운 컨셉인 SPICY로 전환했다.

SPICY에서 에스파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여대생처럼 보이지만, 사실 균형을 뒤틀고 침공하려는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부여받았다.

기존의 서사와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변화는 평행 세계라는 설정 덕분에 가능해졌다.

에스파의 세계관은 각각의 세계에서 서로 다른 역할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구조로, 동시에 여러 콘셉트를 진행해도 서사에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

이처럼 평행 세계는 하나의 서사 안에서 다양한 컨셉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에스파는 이를 통해 '에스파는 나야, 둘이 될 수 없어'라는 가사의 메시지를 실현하며 서사의 확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SPICE 전반과 후반의 극명한 분위기 차이


4. 아이브의 평행 서사: IVE IS EVERYTHING

'~ is everything'은 바비 인형에서 나온 문구로, 바비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비 인형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있지만, 최초의 바비 인형은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소녀들에게 가능성과 상상력을 확장시킨 상징적인 존재였다.

바비 인형이 등장하기 전, 소녀들은 주로 아기처럼 생긴 인형을 가지고 엄마 역할에 한정된 놀이를 했다. 그러나 바비 인형이 생기면서 소녀들은 더 이상 엄마 역할에 머물지 않고, 의사, 과학자, 배우 등 다양한 역할을 상상하며 놀이할 수 있게 되었다.

바비 인형은 이처럼 소녀들에게 다양한 꿈과 가능성을 제시한 혁신적인 장난감이었다.

 

현재 자아존중감과 자기애를 강조하는 아이브 역시 바비 인형처럼 소녀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며, 여자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브의 등장은 단순히 하나의 그룹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여자 아이돌 서사를 아이브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이브도 'IVE is everything"이라는 문구 속에서 나르시시즘에 빠진 소녀, 본인의 길을 개척하려는 소녀, 마법 소녀 이렇게 총 3가지 이야기를 나눠 그룹의 서사를 무한히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IVE IS EVERYTHING

Phase Theme Songs
NarcissIVE 나르시시즘에 빠진 소녀 - 나 자신을 사랑하는 주체적 자아 ELEVEN, LOVE DIVE, After LIKE 등
InnovatIVE 길을 개척하려는 소녀 - 본인만의 길을 개척하는 혁신적 자아 Kitsch, I AM, Either Way, REBEL HEART, ATTITUDE 등
PlayfIVE 장난스럽고 자유로운 5명의 마법소녀 Off The Record, Baddie, 해야, Accendio 등

 

지금까지 나온 아이브의 서사를 정리해보자면 위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아이브가 가지고 있는 평행 세계에서 아이브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기에 아이브라는 이야기에 더 많은 장(Phase)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다양한 모습을 대중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 것이다.

 

IVE IS EVERYTHING 콘셉트 강화 전략

1. 앨범 구성으로 미니브 옷 판매

최근에는 단순히 음악을 듣기 위해 앨범을 구매하는 시대는 지났다.

앨범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거나 실용성을 강조한 구성품(키링, 파우치 등)을 포함해 굿즈 패키지 형태로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이에 팬들은 앨범을 구매하면서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컬렉션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요소를 기대한다.

뉴진스 - 가방, 엔시티 위시 - 키링, 엔믹스 - 파우치

이러한 흐름에 맞춰 매 앨범 마다 미니브 의상이 포함된 버전을 함께 출시한다면 팬들의 앨범 소장 욕구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TTITUDE 앨범의 컨셉 포토에서 멤버들이 착용한 의상을 미니브 버전으로 제작하여 앨범과 함께 제공하면, 팬들은 자연스럽게 앨범과 굿즈를 세트로 구매하고 싶어질 것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미니브 의상을 컬렉션화한다면, IVE IS EVERYTHING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강화할 뿐만 아니라, 팬들은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마다 미니브를 꾸미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컬렉션이 팬덤을 넘어 일반 대중(머글)들에게도 어필할 가능성이 높다.

K-POP 굿즈는 이제 팬덤 내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디자인과 브랜드화된 콘셉트로 인해 패션, 라이프스타일 요소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인형 옷이 포함되어있는 앨범으로 인해 팬이 아닌 사람들도 앨범 구매를 고려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앨범과 미니브 의상 컬렉션을 연계하는 전략은 단순한 굿즈 판매를 넘어, 아이브의 세계관을 강화하고 팬 경험을 더욱 몰입도 높게 만들며, 새로운 소비층까지 유입할 수 있는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이다.

 

2. 팬콘 콘서트에서 평행 세계 세계관 강조

 

그동안 진행된 팬콘서트의 콘셉트는 프롬퀸이나 스카우트처럼 IVE의 세계관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주제로 기획되었다.

이들은 공연의 콘셉트로는 흥미로웠지만, 그룹의 서사에 기여하는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평행 세계관을 차용한다면, 이러한 팬콘서트의 콘셉트도 아이브의 공식 서사에 포함될 수 있다.

각 팬콘서트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아이브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차원의 IVE는 프롬퀸이 되고, 또 다른 차원의 아이브는 스카우트 대원이 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평행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

이처럼 팬콘서트를 IVE IS EVERYTHING의 세계관 속 하나의 에피소드로 활용한다면, 기존의 콘셉트가 그룹의 정체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또한 이는 팬들에게도 더 깊이 있는 몰입감을 제공하며, 다음 팬콘서트의 콘셉트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이브의 평행 세계관이 더욱 유기적으로 구축될 것이며, 공연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새로운 팬 경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5. IVE IS EVERYTHING의 의의

아이브의 특징 중 하나는 어린이 팬층이 많다는 점이다.

아이브의 팬덤 이름인 다이브(DIVE)와 아기를 합친 '아기 다이브'라는 합성어가 팬덤 내에서 하나의 명사로 통용될 정도다.

이는 아이브의 팬덤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팬들의 비율이 높으며, 많은 소녀들이 아이브를 워너비 롤모델로 삼고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기 다이브들은 단순히 아이브의 음악을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콘서트에 참석하고 굿즈를 구매하며 어른 팬들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어린 팬층의 존재는 아이브가 'IVE IS EVERYTHING'이라는 서사를 펼치며 바비 인형처럼 다양한 가능성과 꿈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아기 다이브관련 글들

바비 인형이 전 세계 소녀들에게 상상력과 다양한 역할 모델을 제공하며 큰 영향을 미쳤듯, 아이브 역시 자신의 자아를 사랑하고 개척해 나가는 다양한 서사를 통해 어린 팬들에게 긍정적인 자아존중감과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특히 평행 세계관을 통해 아이브가 다양한 모습과 서사를 보여줄 수 있다면, 아이브는 소녀들의 꿈을 확장시키는 새로운 세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오션스8의 명대사]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있어야하는 이유

이에 IVE IS EVERYTHING은 단순히 새로운 세계관을 추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녀들에게 다양한 꿈과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바비 인형이 전 세계 소녀들에게 다양한 역할 모델을 제시하며 상상력을 키워준 것처럼, 아이브도 자신들의 서사를 통해 어린 팬들에게 자아존중감과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어린 팬들이 아이브를 보며 자신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키워가게 된다면, 아이브는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는 아이돌을 넘어 세대의 롤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아이브가 소녀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은 더욱 커져갈 것이라고 전망한다.